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 아이자와 쇼타

드림 전력「당신의 수호천사 」
*15회 : 인형
#one_more_Dream

시스콤 아이자와 센세 주의.
가족드림(?)
센세가 학생이고 칸사쿠가 유치원생일때



 평소와 다른 길은 걸어간 게 계기였을까. 아니면 갑작스레 그 가게 앞에서 멈춘 게 계기였을까. 아이자와 쇼타는 알지 못 했다. 그저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작은 인형을 산 건 비효율적인, 쓸모없는 소비활동이 아니었다는 것만은 인지했다.



"어이, 쇼타! 빨리 집에 가자!"
".. 그래."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짐을 싸고선 자신의 옆으로 달려온 야마다에게 적당히 대꾸하고선 가방에 필통과 노트를 집어넣은 아이자와는 의자에서 일어나 가방을 들었다. 언제나 같은 무게의 가방을 익숙한 폼으로 어깨의 걸친 뒤 교문을 빠져나오자 같이 따라나오는 야마다가 평소와 같이 떠들기 시작하는 것을 귀찮다는 듯 설렁설렁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들은 아이자와는 교문을 나서자마자 옆에서 들려오는 탄성에 시선을 돌렸다.

"나 상점가에서 사야 하는 거 있는데 같이 갈래?"

 손목시계에 표시된 시간을 보았다. 지금 가면 딱 동생 유치원이 끝날 시간이긴 했지만 생각해보니 집에 먹을 간식이 떨어진 것도 같았다. 내일은 주말이었기에 간식을 사둬야 나중에 먹일 수 있었고.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하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선 상점가를 향해 먼저 발을 내디딘 야마다를 따라 걸어갔다. 평소라면 동생과 같이 돌아오는 길에 단골 슈퍼에 들르곤 했지만 하루 정도는 다른 곳에서 사는 것도 좋겠지. 어차피 파는 건 대부분 거기서 거기였지만.

*

 야마다가 상점 안으로 들어가자 시선을 돌리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슈퍼는 상점가를 나가는 길에 있기에 좀 더 안쪽에 있는, 야마다가 볼일이 있는 상점에 먼저 들렸다. 오랜만에 오는 상점가이기에 주변 구경 좀 하겠다며 잠시 헤어지고 정처 없이 걸어 다녔다. 예전에 자주 들렸던 빙수 가게, 동생이 맛없다며 기어코 안 먹었던 횟집 등 소소하게 변하면서도 변하지 않은 상점가를 걷던 몸이 멈췄다. 유리로 막아놓은 전시장에는 손바닥만 한 나무판자에 Handmade라고 써져있었고 그 판자 옆에는 아기자기한 인형들이 진열되어있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다른 인형들보다는 작은 고양이 인형이었다. 흑수정처럼 검고 빛나는 눈에 척 봐도 보드라워 보이는 재질의 천이 만지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질 것만 같았다. 그 모습에 흐려지는 판단력을 자각하지 못하고 홀린 듯 가게의 문을 열었고 그리고 정신 차리고 보니 내 양손에 한 마리의 고양이가 들려있었다.

".. 왜 산 거지..?"

 미간을 찌푸리고 노려보았자 고양이 인형이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교복 바지 주머니에서 바스락거리는 영수증을 꺼내들었다. 높은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싼값이었다. 오히려 헐값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환불하기 귀찮을뿐더러 의외로 마음에 들었기에 가방을 열어 조심스럽게 그 안에 넣고 야마다가 있을 가게로 돌아갔다.

*

"칸사쿠, 오빠 왔어-"
"오빠아? 우와!"

 유치원 교사의 말에 헐레벌떡 뛰쳐나온 칸사쿠가 평소보다 다급한 손놀림으로 신발을 신으려했다. 다급한 만큼 버벅거리는 손길이 풀려있는 리본을 묶고자 했지만 계속 엉성하게 묶어지는 모습을 보고 쇼타는 작게 웃으며 칸사쿠의 앞으로가 몸을 숙였다.

"천천히 해도 돼. 안 도망가니까."
"그치마안.."

 오빠한테 빨리 뛰어가고 싶었단 말이야. 쇼타는 작게 투덜거리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손에 들려있던 간식을 담은 비닐봉지를 땅에 내려놓고선 리본을 묶었다. 반듯하게 묶어진 리본을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환하게 웃은 아이가 일어서서는 자신의 목을 감싸왔다. 어서 와! 순수한 아이의 환영인사에 제 기분도 저절로 좋아짐을 느끼곤 그대로 아이의 엉덩이를 한 팔로 받치고 다른 팔에 비닐봉지를 걸친 모습 그대로 꾸벅 고개를 끄덕이듯 유치원 교사에게 인사를 하고선 오늘도 감사한다는 상투적인 감사 인사를 남기곤 걸음을 옮겼다.

"오빠 오빠! 뭘 사 온 거야?"
"살미아키."
"그거 맛없는데-"
"네 것은 따로 샀으니까 걱정 마. 저번에 먹고 싶다 했던 하리보랑 우마이봉."
"진짜? 오빠 최고 좋아!"
"이럴 때만?"
"평소에도 좋지만 지금은 더어! 좋아!"

 헤실헤실 웃으며 고맙다고 볼에 뽀뽀를 하는 칸사쿠의 이마에 짧게 뽀뽀로 답변을 하고선 집으로 향했다.
 집에 오면서 길고양이와 만나는 등 작고 소소한 해프닝을 겪은 남매는 탁자에 비닐봉지를 올려두고 소파에 뻗었다. 먼저 드러누워버린 쇼타의 몸 위로 자연스럽게 드러누운 칸사쿠는 피곤했는지 하품을 했다. 티비의 리모컨을 잡아 티비를 기자 항상 이 시간 때에 나오는 애니메이션이 보였다.

"나 저거 싫어. 하야토가 마지막에 어떻게 되는지 말했어.."

 볼을 부풀리고 화면에서 고개를 휙 돌린 칸사쿠를 위해 티비의 전원을 끄자마자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칸사쿠의 등을 눌러 제 몸에 밀착시키고 몸을 일으킨 쇼타는 자신의 가방을 바라보더니 칸사쿠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손도 씻고 옷도 갈아입고 오면 선물 줄게."

 선물이라는 말에 두 눈을 빛내며 단숨에 욕실로 간 칸사쿠를 힐끔 바라보곤 가방에서 고양이 인형을 꺼낸 쇼타는 고양이 인형을 조심스럽게 쓰담았다. 부드러웠다.

"오빠! 나 다했어!"

 어느 사이 옷까지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칸사쿠는 방긋방긋 웃으며 손을 꼼지락거렸다. 어지간히 선물이 받고 싶었는지 평소보다 빨리 갈아입어 약간 흐트러진 옷깃을 펴주곤 칸사쿠의 눈앞에 인형을 내밀은 쇼타는 아이의 보송보송한 뺨이 급속도로 핑크빛으로 물드는 것을 보았다.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탄성만 내지르던 칸사쿠는 제 품에 인형을 꼭 안고 쇼타를 향해 내밀었다. 그 행동에 갸웃거리는 쇼타의 모습은 보지 못한 채로 한 손으로 고양이의 핑크 젤리를 표현해놓은 보드라운 발바닥 부분을 잡고선 칸 사무가 입을 열었다.

"고마워 야옹!"

 그러고선 발바닥 부분을 열심히 흔들어 손인사를 하는 것처럼 움직인 칸사쿠가 수줍게 웃었다.

"칸사쿠가 내가 와줘서 기뻐하고 있어 야옹. 쇼타 오빠, 고마워라고 전해달라고 했어 야옹!"

 당당한 평소의 모습은 어디 갔는지 고양이의 역할을 빌려 말하는 자신의 동생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칸사쿠, 마음에 들어?"
"응, 마음에 들어!  앗."

 자신의 실수를 눈치채고 황급히 인형으로 얼굴을 가린 칸사쿠가 힐끔 쇼타를 쳐다봤다. 눈이 마주치자 확 굳어버린 칸사쿠에 모습에 웃음을 터트린 쇼타와 웃고 있는 오빠의 모습에 왜인지 웃음이 나온 칸사쿠의 웃음이 섞여들어 따뜻하고도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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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칸사쿠가 또 야옹거리길래 녹화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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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6.08.08
by KROS 2016. 9. 3. 21:41

내가! 쓰는! 연성! 욕구! 독촉! 문장!   *written by  MilU*

 

벙어리장갑과 긴 목도리, 너와의 상관관계.

마지막 잎새, 너와의 사랑.

꽃점으로 너를 죽일지 점 쳐봤어.

곰인형안에 너를 담아 옆에 항상 두고싶어.

박제.

떨어지기전 스친 너의 피부.

서로의 숨결이 얽히고.

난 너의 눈, 넌 나의 다리.

설레이게 하지마. 난 설레이기엔 너무 많이 잃었어.

 

책에서 발견한 문장들
나비잠

"네가 살아가는데 큰 기둥이 될 거다. 큰 위안이 될 거다. 허나.. 큰 슬픔이 될 거다."
p113

"소중한 사람, 잃어봤소? 난 잃어봤지.. 슬펐지. 아주 슬펐지.. 하지만 그 또한 지나가지. 혹시 원하는 것을 가진 적 있소? 좋지, 죽이지. 세상 다 가진 것 같지. 하지만 그 또한 지나가지. 어차피 사는 게 다 그렇소. 한낮의 달콤한 낮잠.. 나비잠 같은 것이오. 그렇게 부질없는 것이오!"
p121-122

"아우야! 내가 가장 두려운 게 뭔 줄 아느냐?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 그리고 결코 살아본 적이 없는 듯 무의미하게 죽는 것!"
p155


비밀을 품은 꽃

'울지 마세요. 아프지 마세요.'
입술이 아닌 심장으로, 그녀는 또 한번 말했다. 그는 가만히 눈물을 닦아주는 그녀의 손길을 거두어내지 않았다.
"울지 않을 것이다. 아프지도 않을 것이다."
그는 그녀의 마음을 듣고 있었다. 언어가 아닌, 눈빛과 심장 소리로 오가는 말들을 그는 그대로 이해했다.
"그러니 그대도 울지 마, 아프지 마."
짧은 말이지만 많은 것이 담겨있었다.
p144-145

"온통 어둠뿐인 세상에서 빛은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한데, 오늘 나는 빛을 보았다. 거짓을 의미하는 것이 어둠이면 진실을 뜻하는 말은 빛. 세상엔 두 개의 빛이 있어."
"두 개의 빛.."
"그래. 두 개의 빛. 그대와 나, 우리."
p267

"너를 보지 못할까 두렵고, 너를 다시 만나지 못할까 두렵다. 허나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내 곁에서 괴로워하는 너를 평생 보는 일이다."
p281

"우리 혼인하면 이만큼 작은방에서 살자."
"어찌 이처럼 비좁은 방에서 살자 하십니까?"
"더 가까이 있을 수 있잖아."
p304

"입신양명이고 금의환향이고 다 필요 없다. 밤낮 그대 곁에 머물 수 있으면 그것이 최고의 벼슬이지."
p366

"영의정이면 어떻고, 백년서생이면 어떻습니까? 그대가 귀인이 되시면 저 또한 귀인의 여인이 될 것이고, 필부가 되시면 저 또한 필부의 아낙이 되어 곁에 있을 것입니다."
p366

 

(03/09/16)

by KROS 2016. 9. 3. 18:07

2016. 8. 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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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 - 야스오

드림 전력「당신의 수호천사 」
* 제 72회 주제 : 너의 곁에서 잠들게 해줘 + 74회 주제 : 내 손을 놓지 말아줘

#one_more_Dream


영원히 함께 자고 싶다.
현실은 보지 않고 그렇게, 너와 함께 햇빛이 드는 따뜻한 마루에서 영원히 함께 자고 싶다.
그대, 내 꿈이 끊기지 않게, 내가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게 서로 마주 잡은 이 손을 놓지 마요.

*

오늘, 내가 일어났을 때는 당신이 없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는 땅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어둡고 깊은 자국을 만들어냈고 그 자국에 자신의 몸을 담갔다. 어느 곳은 수많은 자국이 만들어져 하나의 깊고 작은 웅덩이로 변해있었다. 주변에 있는 나무 잎사귀에 부딪혀 나는 투둑, 투둑 거리는 소리는 그저 비가 내리는 소리보다 묵직해 마치 내 마음 위에 내리듯 점점 기분을 낮춰갔다.

"괜찮겠지?"

나가봐야 한다고 짤막하게 쪽지를 남긴 그는 내가 자고 있던 사이 모습을 감췄다. 언제부터 이 집에서 나가 없었는지는 모르지만, 아까부터 내리는 비가 그가 출발하기 전에는 내렸을지의 여부를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그가 걱정되었다. 항상 나에게 감기 조심해라, 눈 와도 밖에서 뛰어다니지 마라, 앉아라, 안된다를 연발하던 미운 그가 이때가 되니 괜히 우산은 잘 가져 간 걸까, 가는 길에 물웅덩이를 잘못 밟진 않을까, 밖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장난에 휘말려 홀딱 젖은 건 아닐까 이상한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빗소리가 이렇게 신경을 거스르는 줄은 처음 알았다.

"아이씨, 갔으면 언제 갔는지 언제 올 건지 라도 쓰던가! 학회에서 불렀다면 그렇게라도 써야 하는 거 아냐?! 사람 걱정이나 시키고!"

애꿎은 쪽지에 대고 화풀이를 했다. 꾸깃꾸깃하게 일그러진 쪽지는 이내 내 손을 떠나 창문 밖으로 던져졌다. 투둑 투둑, 점차 쪽지는 비를 머금어 얼룩덜룩하게 변해갔다. 그렇게 추하게 변해가는 쪽지처럼 내 마음도 점차 어둡게 되어가는 것을 느낀 나는 아무 이유도 없이 안고 있던 쿠션을 뒤로 집어던졌다.

"리그 갔으면 이상한 소환사랑 만나서 콱 죽어버려!! 한 10번 죽어버려라!!"
"누가 10번이나 죽었으면 좋겠다고?"

뒤에서 들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렀다. 방금 들어온 건지 그에게서 느껴지는 온기가 평소보다 차갑게 느껴졌다. 그런 그의 모습에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개를 치켜 새우며 말했다.

"당연한걸! 못된 아저씨 말하는 거죠!"
"그래? 그런데 거기에 못된 아저씨가 얼마나 많은지 알지 않나 그 녀석들 다 죽으라는 건가?"
"아뇨! 아저씨만 죽으면 돼요. 흥."
"어허, 꼬맹이, 지금 삐졌군. 안 그래?"
"하, 그럴 리가 없죠! 이 세상보다 넓은 마음의 소유자인 제가 삐진다는 건 있을 수 없어요!"
"그래?"

그럼 이건 어떨까.라고 귓가에 속삭인 그는 와락, 나를 안아왔다. 등에서 느껴지는 그의 차가운 피부와 젖은 옷이 한꺼번에 몰려오니 급속도로 추위를 느꼈다. 점점 젖어가는 옷이 차가움을 더욱 가속화 시키는 것 같았다. 참지 못한 나는 내 목에 감싸여 있는 그의 팔을 치며 살려주세요를 반복했다. 그제야 그는 마음에 든다는 듯 웃고선 자신의 팔을 풀더니 그대로 나를 안아 들어 올렸다.

"뭐, 뭐요.. 항복했다니까. 서, 설마 밖에 던질 생각은.. 아니.. 겠죠?"
"호오, 꼬맹이. 머리 좋은데? 아이디어 하나는 끝내주는군. 원래 던질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던져볼까?"
"으아아악!!"

그의 품에 파고들고는 던져지지 않기 위해 웅크리는 나를 본 건지 그는 호탕하게 웃어젖히더니 천천히 나를 안고서는 어디론가 천천히 걸어갔다.

*

강제적으로 목욕을 끝내고는 투덜거리며 머리를 말렸다. 비는 어느 사이 멈춰 서 밖은 구름 사이에서 희끗희끗 빛이 비쳐왔다. 분명 목욕 중 투닥거리고 있었을 때 이미 비는 멈춰있었으리라.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 있었을 때 큰 손이 내 머리 위에 얹어졌다.

"왜요?"
"나부터 해달라고."
"다 큰 어른이 이것도 해줘야 해요? 아이고 아이고, 이것 참.. 아야!"
"말이 많다, 꼬맹아."

정수리에 직격으로 딱밤을 맞은 나는 눈물을 삼키고는 그의 뒤로 이동했다. 횡포야 진짜로.라며 중얼거리는 걸 들은 건지 그의 눈썹이 씰룩거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머리카락 진짜 기네, 여자보다 길어. 머리카락 안 불편해요?"
"묶고 다니잖나."
"아하."

짤막하게 영혼 없는 대답을 하고는 다시 그의 머리카락에 시선을 돌렸다. 수건 사이를 빠져나가는 그것은 자신이 손을 움직일 때마다 찰랑거렸다. 여자인 자신보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내 손에 의해 말려진다는 것이 괜히 분해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가 한번 맞았다.

*

그의 머리카락을 말린 뒤 그가 나의 머리카락을 말려줬었다. 다소 거친 손동작에 비명을 몇 번 질렀지만 무사히 마쳤다. 다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내 머리를 만지작거리는 그의 손길에 눈이 조금 점점 감겼다.

"아저씨, 졸린데 자면 안될까요.."
".. 응? 그래, 방에 이불을 준비해두지."

멀어지는 그의 손길에 아쉬움을 느꼈다. 흐릿해져가는 가는 정신을 겨우 붙잡고 똑바로 앞을 바라보니 어느 사이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는 살짝 당황한 듯이 내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지?"

상냥하게 물어오는 그의 목소리가 마치 자장가처럼 들렸지만 정신줄을 꽉 쥐고는 말했다.

"그냥.. 여기서 있어요. 옆에서 잘래."
".. 그런가."

평소에 잘 나오지 않던 나의 투정에 그는 포기했다는 듯이 어깨들 으쓱하고는 내 옆에 앉았다. 벌써 자리 잡고 누워버린 내 옆에서 얌전히 내 머리를 쓰담는 그의 손길, 마루로부터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과 비가 온 후의 특유의 풀 내음이 한데 어울리자 마음속 깊은 곳부터 천천히 안심, 행복이라는 감점이 퍼져나갔다.

"..나, 일어날 때까지 손잡아 줘요. 이번에는. 어디 가지 말고, 손.. 놓지 말고.."
".. 그래, 그래."
"옆에, 꼭 있어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내 의식은 꿈속에 빠졌다.














한참 꿈을 꾸고 일어났을 때는 이미 밤이 되어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그 사람의 자는 얼굴이었다.
내 손을 꼬옥 잡고, 행복하게 자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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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11/29 드림전력  (0) 2015.11.29
by KROS 2015. 12. 20. 23:20

리그 오브 레전드 - 야스오

드림 전력「당신의 수호천사 」
* 제 67회 주제: 첫눈 + 68회 주제 : 기다릴게

#one_more_Dream



*
오타 주의
캐붕 주의
재미없음 주의
*











영원히 기다릴게요, 첫눈이 내리길 몇 번을 반복해도 항상 이곳에서. 당신만을 위해 내 이 작은 품을 벌리고. 당신이 내 품에 돌아올 때까지 가만히 서있을게요.


"안 추워요?"


마루에 앉아 술을 홀로 홀짝이며 마시는 그를 향해 말을 건넸다. 그는 내가 말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앞만을 바라보며 멍하니 기계처럼 술잔을 비워갔다.

"..어휴, 술 더 가져왔어요. 이 술, 내가 저번에 아저씨 때문에 아이오니아까지 가서 직접 공구한 거니까요."
"..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난 이제 그쪽이랑 관련된 건 다 잊고 살려고 했더니만."
"무슨 소리를, 분명히 했어요. 엄청 작은 소리로 오랜만에 먹고 싶군 하고 중얼거렸잖아요. 무의식인가, 아저씨도 정말 솔직하지 못하네요."
"이 녀석이."

그를 놀리는 듯이 말하는 나에게 그가 옆에 두었던 자신의 피리를 집어 내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천재 검객의 일격은 날렵하고 자비가 없이 빛과 같은 속도로 순식간에 내 머리에 적중했다. 분명 피리로 맞았지만 메이스로 맞은 것 같이 묵직하고 힘이 실려있는 공격이었다.

"아이씨, 아프잖아요! 기껏 자신을 위해서 이제는 구하기도 힘든 술을 가져왔더니 왜 때리는 거예요. 그것보다 피리 맞아요? 이거 사실 철로 만든 거죠 그렇죠? 그리고 이거 진심으로 친 거죠? 네?"
"거참 시끄럽네. 쓸데없이 말이 많아 꼬맹이. 그래, 진심으로 쳤다. 요놈아."

이 바보 아저씨가..! 미간을 좁히고 그를 째려보았지만 그는 그런 나를 힐끔 보더니 단숨에 술잔을 비우고는 술잔을 내 눈앞으로 들이밀었다. 당황한 나는 멀뚱멀뚱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뭐요, 따르라고요?"
"아아, 그것밖에 더 있겠나? 웬만하면 내가 시퍼런 어린애보다는 잘빠진 여자한테 받는 게 더 좋지만."
"와, 어이없어. 안 따를래요."
"어허. 농담도 모르나. 재미없는 녀석이군."
"내 이런 모습, 처음도 아니잖아요?"

피식하고 웃으며 그를 위해 사놓은 술을 천천히 술잔에 채워나갔다. 조금씩 잔을 매우는 술을 향해 그의 시선이 쏠리고 있음을 느낀 나는 술을 따르며 힐끔 그의 얼굴을 보았다. 훔쳐보듯 잠시 동안 봤을 뿐이지만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추억에 잠긴, 슬퍼 보이는 얼굴이었다.

"..오랜만에 마셔보니 또 느낌이 새롭군그래."

무뚝뚝하게 한마디 던진 그에게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술잔을 입에 가져가는 모습도, 술을 들이켜는 모습도 어느 하나도 빠짐없이 눈에 새겨 넣었다. 그렇게 내가 그를 바라본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을 즘 그가 술잔을 내려놓고는 눈을 지긋이 감았다. 무언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듯 고뇌에 빠진 모습은 미동도 없었고 마치 세계가 멈춘 듯이 보였다.

"..아."

비어있는 술잔에 술을 다시 채우고 있을 때, 그와 나의 사이를 하얀색 무언가가 가로질러 공기 중으로 멀리 날아갔다. 그 하얀색을 눈으로 좇고 있을 즘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그에게 정신이 잠시 집중됐던 사이에 그 하얀색 무언가는 사라지고 없었다.

"너는."

평소보다 낮고, 힘 있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땅을 향하고 있던 그의 얼굴이 하늘로 한번 향하더니 나를 마주 바라보았다. 처음 우리 둘을 감싸고 있던 가볍고 살짝 들뜬 분위기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저 고요한 침묵만이 주위를 맴돌았다. 그는 바뀐 분위기에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던 나의 이름을 부르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약간 망설이던 그는 이내 다시 결심한 것인지 입을 열었다, 목소리를 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용서받지 못하는 자이며 돌아갈 곳이 더 이상 없는 자이다. 그런데도 넌 날 기다려줄 건가? 내.. 돌아갈 곳이 되어 줄 수 있나?"
".. 물론."
"내가 오명이 아닌, 진짜 반역죄를 쓰고 와도?" "당연하죠.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면 나랑 같이 도망가면 되지. 알잖아요, 내 능력."
".. 그래, 그렇지."

웃으며 장난스럽게 대답하자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한순간에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는 환하게 변하기 시작했고 우리 둘은 웃음을 터트렸다.

".. 첫눈이군그래."
"그러네요, 첫눈."

어느새 내리기 시작한 따뜻하고 포근한 눈이 시야를 빗겨지나 가자 우리는 웃음을 멈추고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서 춤추듯 사뿐사뿐 내리는 눈을 계속 바라보다 순간 내 손위로 느껴지는 따뜻함에 시선을 돌렸다.

.. 그의 투박하고 상처투성이의 손. 그 손을 가만히 바라보고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눈을 보며 그저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언제든 기다릴게요. 첫눈이 몇 번이나 내려도. 변함없이."

중얼거리며 다시 시선을 하늘로 향했다.

그의 술잔에 눈송이가 하나 녹아내린 것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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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친의 향기가 납니다.. 아마도..
주인공 キ 독자
오타주의
의미모름주의
약간의 키라아저씨 편애요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각오는 되어 있나?
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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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실은 다시 묶이고.


그 사람이 사라지고 난지 얼마가 지났을까. 그날, 바다에서 그 사람과 만나고나서 나는 짧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따져보면 긴 시간도 아닌 그 약2년동안 남에게는 없을 독특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사랑으로 이어져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반적인 사랑으로 이루어 져있다라던가 서로 상부상조하는 그런 관계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표현하기도 어려운 그런 기묘한 관계.

솔직히 말해서 처음 그 사람의 성벽을 알게되었을땐 조금은 놀랐다. 그도그럴것이 알기전까지의 이미지-, 깔끔하면서도 조용하고 어딘가 상냥한 그런 평범한 사회인에게 그런 성벽이 있다니 그 누가 알았겠는가. 오빠의 친구.. 아니, 내 친구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까. 일단, 항상 나에게 웃어주고 의지되는 모범생인 친구가 어느날 알아보니 에로겜마스터였어! 그것도 엄청 유명한 사람! ..이라는 느낌이다. 어떤가, 대충 감이 오는가? 아니라면 말고. 어찌되었든 자신의 성벽을 들킨 그 사람의 목소리는 살짝 떨려왔지만 어딘가 모르게 차가워 여행에서 만났던 수 많은 그쪽의 사람들과 비슷해보였다. 그러나 내 마음은 이미 어느한 부분이 망가져있었기에 담담하게 그의 성벽도, 악행도 다 받아들였다.

그렇게 살짝 위태로운 관계를 유지하기 어연 2년쯤이 지났을쯤 나는 그 사람이 자신의 그녀를 오늘 들켰다고 이야기를 해왔다. 몇일에 한번씩 그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는 하던 그이기에 나는 그저 그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상대는 그저 중학생으로, 우연히 그녀가 들어가있는 봉투가 바꿔졌다라는둥 이야기하고는 결국에는 처리했다는 말로 이야기를 끝냈다.

그에게 그녀가 들켰다고 이야기를 들은 뒤 얼마동안의 시간이 흘러 나는 평소와 같이 그의 방에 앉아 그의 아버지와 대화를 하고있었다. 그의 아버지와의 대화는 대부분이 그의 걱정이나 저번에 했던 티비 프로그램이라던가 요즘 세간을 달구고있는 논쟁등이였다.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을때쯤 그의 아버지는 하던말을 멈추고는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그 아이에게, 내 아들에게 나쁜일이 일어난것 같다.. 부모의 감이다, 이건 부모의 감이야..! 그녀석들이 내 아들과 싸우고있는것일지도 모른다.."

관계없는 너를 끌어들이는것은 요시카게도 싫어하겠지. 그렇게 말하고는 한숨을 푹 내쉰 그의 아버지는 나에게 이 집에서 멀리 떨어지기를 권했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작의 바다에서 있겠다고 말했다. 서둘러 양해를 구하고 비상금을 챙긴뒤 자주 입던 큰 후드티를 입고 최대한 얼굴을 숨기고서는 바다로 향했다.


*


바다에서 파도소리를 듣고있었을때 살랑살랑 내 앞에 사진 한장이 흘러들어왔다. 사진을 들어보자 그 속에는 그의 아버지가 한숨을 푹 내쉬고 있었다. 한동안 서로의 안부를 묻고는 본론으로 들어가 그는 죽지않았으며 다른사람의 모습으로 바꿔 살고있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기쁜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내 눈물에 당황한듯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는 그의 아버지는 가만히 내 앞에서 있어주더니 웃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지만 울음을 참으려 끅끅, 애쓰던 나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


소식을 접한뒤 한 몇일동안은 바다근처에서 지내고있었다. 혼자서 밤을 보낸다는것은 나로써는 정말 이길수 없었기에 스탠드를 키고서는 밤을 이겨내기도 했고 어쩔때는 아예 밤을 새기도했다. 그런 하루하루를 지내다보니 내 정신은 쇠약해졌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두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나는 지금 몸을 숨기고 살아가고 있을 그 사람의 얼굴. 또하나는 내가 정말 존경했던, 너무나도 고맙고 미안한 오빠의 얼굴. 바다에서 눈을 뜨고 난 후로 죄책감으로 인해 만나는것도 시도하지못하고 심지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오빠. 그 두사람의 얼굴이 너무나도 보고싶어서 괜히 고개를 푹 숙였다.

"..어이, 무슨 일 있는건가?"
".. 키.."

처음 그와 만난 그때, 그가 처음으로 나를 보고 말했던 그 대사. 그의 모습이 겹쳐와 무심코 그의 이름을 부를뻔했던 자신의 입을 손으로 누르고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 키?"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후드티를 꾹 눌러쓰고는 시선을 더욱더 아래로 떨어트렸다. 남자는 내 그런 태도에도 신경쓰지 않는지 나를 향하던 구두의 앞부분을 바다 쪽으로 바꾸더니 이야기했다.

".. 이 바다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 바다는 매력있다고 생각한다."
"..."
"알고있나? 여기서는 무슨 생물들이 사는지. 오른쪽으로 더 가면 바위가 있는데, 그 근처에는 불가사리가 많아."
"..그곳에서 조금더 내려가면 불가사리는 물론 다른 바다에서는 잘 안보이는 물고기도 몇마리 있어요."

내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그는 움찔하더니 그런가. 라고 말하고는 더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침묵에 휩싸여 얼마나 지났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때쯤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이다만, 이름을 알려주지 않겠나. 나는-... 쿠죠, 쿠죠 죠타로다."

그 이름을 듣자마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자 보이는것은 흰색의 코트와.. 쿠죠 죠타로, 자신의 오빠의 얼굴.

"드디어 고개를 들었군그래, 우미에."
"..아, 아아.. 오,빠.."

눈물이 주르륵,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나는 그저 미안해, 미안해 라고 할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한참 바라보던 오빠는 그 큰 손으로 내 눈물을 훔치며 살며시 내 이마에 키스를 떨어트렸다.

"우미에, 너가 사라지고 나서 3년동안 너를 찾기위해 모든 전력을 총 동원했었다. 스피드웨건 재단의 병력을 쓰기도 했고 카쿄인, 폴나레프, 압둘, 영감, 이기녀석까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사람들은 가망이 없다고 하고는 결국 내가 23세가 되었을때 영감은 사망신고를 마쳤고 다들 너를 찾는걸 포기했다."

거기까지 말한 오빠는 울듯한 표정을 짓고는 나를 꼭 끌어안았다.

"그런데, 지금 네가 여기서.. 내앞에 있다니. 얼마나, 얼마나 기쁜지.. 아마 그 누구도 모르겠지. 아아.. 우미에, 우미에.."

평소에 보았던 오빠의 모습과는 다른, 연약한 오빠에 모습에 놀랐지만 나는 팔을 벌려 오빠를 안았다. 그때와 다름없는 따뜻하고 상냥한 그 품에 안겨있자니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 다시 코끝이 찡해왔다.

"우미에.."
"..응, 오빠"
"약속해라, 다시는 멀어지지 않겠다고. 다시는 나에게로써 사라지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나를 바라보는 강렬한 에메랄드빛 눈동자에 웃으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이에 반응한 오빠는 피식 웃더니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내밀고 내 손가락에 걸었다.

"약속. 약속할게."
"..아아, 어긴다면.. 아니, 어긴다는것은 절대 용서 못한다고, 어디까지라도 다시 찾아낼거니까."

그렇게 서로 이어진 손가락을 바라본 오빠는 손가락에 입을 맞추고는 중얼거렸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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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OS 2015. 10. 25. 23:28

죠죠의 기묘한 모험 - 시저 안토니오 체페리

드림 전력「당신의 수호천사 」
* 제 56회 주제 : 또 다른 세계

#one_more_Dream


사진이 이상하다구요? 그러게요.. 왜지.. GIF는 안올라가나..
오타주의 시저쨩이 시저쨩같지않습니다.
전쟁도 없고 흡혈귀도 기둥의 남자들도 제왕도 뭐든 나쁜요소는 없는 세계. 세세하게 따지고 보면 뭐가 뭔지 모르니 머리속을 비우고 봐주세요.. 제가 글 쓸때처럼 새하얗게 비워주시옵소서..





그래, 나는 환생했다.


여느 겨울과 마찬가지로 이번 겨울도 춥다. 하늘은 칙칙하지, 햇빛은 보이지도 않고.. 어느 지방은 폭설이 내렸다며 제설작업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그런 평범한 겨울. 눈이 어젯밤부터 내린 탓인지 내가 잠에서 깨 창밖을 바라보았을 땐 이미 거리는 눈에 덮여있었다. 일찍 일어나던 습관 때문일까, 다른 사람과 비교해 보면 꽤나 빨리 일어나서인지 눈은 그 누구에게도 밟혀져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마치 새로 산 스케치북 같아서 나이를 이만큼이나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바로 뛰어나가 저 새하얗고 더럽혀져있지 않은 스케치북을 내 발자국으로 물들이고 싶다는 생각에 깊이 빠졌을 때쯤 휴대폰이 울렸다. 생각의 심연에서 강제로 나를 끌어올린 벨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고는 손은 휴대폰으로 돌렸다.

[ 010-XXXX-XXXX (-) ]

휴대폰 화면에 뜬 전화번호와 이름을 보고는 찡그리고 있던 얼굴을 피고는 활짝 웃었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그녀가 전화를 걸어왔다는 눈앞의 사실에 감격하고는 속으로 맘마미아..!라고 외치며 화면을 터치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시저? 아침부터 전화 걸어서 미안..! 내가 깨운 건 아니지?"
"아아, 나야 평소에는 이 시간대에 일어나있으니 괜찮아. 그나저나, 시뇨리나가 이 시간에 일어났다는 것이 나로서는 더 놀라운 일인데."

큭큭, 하고 웃자 휴대폰의 스피커 너머로 그녀가 으으,라며 신음을 했다. 필히 내 말이 걸렸던 것이겠지.

"나도 일찍 일어날 수 있지! 매일 잠만 자는 건 아니라고!"

거 봐라.

"하하, 미안. 장난이야 장난. 솔직히 말해서 아침부터 약간 잠에 취한듯하면서도 활기찬 네 목소리를 들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아아-, (-)! 네 목소리는 아침에 지저귀는 새들의 목소리보다 더욱 아름다워."
"난 아침부터 시저의 그런 멘트를 듣는 게 얼마나 기분이 묘한지 몰라."

비록 휴대폰을 통해 연결되어있지만 내 눈앞에는 침대에 앉아 볼을 부풀리는 그녀의 모습이 보이는듯했다. 나는 천연덕스럽게 그녀의 말을 칭찬으로 알아 둘게,라고 말하고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고 보니 시뇨리나, 밖에 모습은 보긴 했을까? 어젯밤부터 눈이 내려서인지 세계가 마치 시뇨리나의 마음처럼 새하얗게 물들어있어."
".. 아-, 맞아. 그래, 그거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시저가 이상한 말해서 타이밍을 놓쳤어."

한숨을 푹 내쉰 그녀는 이내 자신의 페이스를 찾고 자신과 밖에 나가서 놀 것을 제의했다. 어차피 오늘은 강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별다른 일도 없었기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다른 일이 있어도 그녀가 말하는 건 다 들어줬기에 딱히 상관은 없지만 말이다. 내가 OK라고 말하자마자 그녀는 정말? 야호!라며 신난다는 듯이 환호하고는 몇 시까지 매일 만나는 그곳의 근처에서!라고 한마디를 내뱉고는 잽싸게 통화를 중지했다. 삑, 하는 소리에 휴대폰을 귀에서 떼어내고는 가만히 휴대폰의 화면을 바라본 나는 나갈 준비에 들어갔다.

*

"시저-! 여기야!"
"(-)."

약속시간 몇 분 전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나보다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린지 조금 지났는지 목도리로 입가까지 칭칭 감아 놓고 장갑을 낀 손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있었다. 코끝과 귀 끝이 추위로 인해 붉어져있는 모습에 쓴웃음을 지였다.

"이런 추위에 시뇨리나를 기다리게 하다니, 나는 남자로서 실격이군."
"아니야, 내가 괜히 설레서 빨리 나온 것뿐인 걸."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코 끝이 붉어질 때까지 나는 천천히 걸어왔으니, 내가 나빴어. 근처 카페에서 잠깐 몸을 녹이고 그곳으로 갈까."
"응! 그럼, 나는 핫초코!"

헤실헤실 웃으며 아이처럼 핫초코, 핫초코를 흥얼거리며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근처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

카페에서 서로가 주문한 음료를 마시며 몸을 녹인 뒤 본래의 목적지인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자신이 죽었던.. 아니, 전생의 내가 와무우에게 죽었던 저택과 비슷하게 생긴 곳으로 나와 그녀 이외는 아무도 오지 않는 버려진 폐건물이다. 환생을 한 나로서는 이곳에 오면 괜히 울컥하는 마음에 오는 것을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녀는 오히려 더욱 가고 싶어 하고는 했다. 그녀와 만나고 나서는 겨울마다 이 근방에는 눈이 심각하게 쌓여 있어 차마 가지 못해 겨울에 이곳에 그녀와 온 것은 처음이나 다름없었다.

눈이 쌓인 이곳은 마치 그날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JOJO와의 말다툼, 사범의 죽음, 와무우와의 전투.. 그리고 자신의 죽음. 눈앞에 펼쳐진 폐건물의 모습이 자신의 과거와 겹쳐져간다. 십자 형태의 돌에 깔린 자신의 모습. 돌 틈에서는 방금까지 자신의 몸에 돌고 있었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JOJO와 리사 리사 선생님은 내 피를 보고는 울부짖고 있었다. 시선을 돌려 JOJO의 맞은편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검은색 머리가 특징적인 소녀가 돌 위에 자신의 두 손을 가져다 대며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

가엽고 가여운 내 사랑, (-). 울지 마.

손을 뻗어 그녀를 달래고자 했지만 그녀의 몸에 내 손은 닿지 않고 그녀를 통과할 뿐이었다. 왜, 왜.. 자신의 무능함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괴로워. 그만.. 그녀가 슬퍼하는 모습은.. 더 이상..

"... 시-저-?"
"...!"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자 나를 괴롭혔던 그날의 모습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고 그저 크고 작은 돌이 굴러다니는 폐건물의 모습이 보였다. 내 피는 물론 모두의 슬퍼하는 모습이 사라진 것을 알아채고는 심장이 위치해 있는 쪽으로 손을 가져가댔다. 쿵쿵 뛰고 있는 심장. 아, 나는 살아있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겨우 안심하고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왜 그래? 컨디션 또 안 좋은 거야?"
"..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걱정하게 했구나. 미안, 시뇨리나."

방긋 웃는 나에게 의심스럽다는 눈길을 보낸 그녀는 그래..?라고 말하고는 내 손을 꼭 잡아왔다. 비록 장갑이 사이를 막고 있지만 그녀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의 감촉이 느껴지는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 아! 그래, 나 시저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었어."

자신의 작은 가방을 벗어 지퍼를 연 뒤 그 안에서 뒤적거리던 그녀는 자신이 찾던 물건을 집었는지 환하게 웃었다.

"짜잔, 봄이나 여름, 가을에는 시저가 자주 불어줬잖아. 처음 겨울에 오는 것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녀가 나에게 내민 것은 비눗방울. 살짝 투명한 오렌지색 병에 찰랑거리는 비눗방울 액.. 겨우 침착하게 된 내 심장을 더욱 빨리 뛰게 했다.

".. 비눗방울인가, 좋아. 쉽게 깨지지 않는 아름다운 비눗방울을 다시 한번, 보여줄게."

살짝 떨리는 손으로 그 병을 받아 막대에 액체를 묻히고는 입가에 가져갔다. 손에 파문을 흘리고서는 후우, 하고 바람을 불면 아름다운 비눗방울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수많은 비눗방울이 이 건물을 채우고 있었다. 파문의 영향인지, 살짝 깨진 창문으로 스며든 햇빛을 조금씩 반사하고 있는 비눗방울은 자신의 기술, 사봉 렌즈를 연상시켰다. 쓴웃음을 흘리고는 비눗방울을 바라보고 있자 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작지만, 확실히 들었다. 그녀는 말했다.

"어딘가에서 본 풍경.."

라고. 그 말에 흠칫하고는 가만히 서있었다. 그녀에겐 전생의 기억이 없을 텐데. 그럴 텐데, 지금의 말은.. 눈물이 세계를 채웠다. 가슴이 뜨거워지고 아프다.

"..."

그녀는 내가 울고 있음을 알고 있는 걸까, 내 등 뒤에서 그 작은 몸으로 나를 안아왔다. 예전과 다름없는 따뜻한 그 포옹에 내 눈물은 하염없이 흘렀다.

주륵, 주륵.

한참을 안고 있던 그녀는 자신의 팔에 힘을 가하고는 중얼거렸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시저가 사라질 것 같이 보여서.., 빛에 휩싸인 모습을 보기 괴로워서. ..있지 시저, 시저는 사라지지 않을 거지?"
".. 아아..."

당연해, 다시 태어난 지금, 너를 놓고 죽을 리 없어.
이제 더 이상 너를 슬프게 하는 일은 하지 않아, 사랑해 내 소중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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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OS 2015. 10. 18. 23:34

 

죠죠의 기묘한 모험
키라 요시카게

°

드림 전력 「당신의 수호천사」
제 50회 주제 : 보름달
#one_more_Dream

°

예전에 구상해놓은 여주 설정을 보며 쓱싹했습니다 :3c 키라아저씨 이거 납치아닙ㅂ니까! (아님
언제나 캐붕주의 급전개주의 영양가없음




그래, 널 처음 만났던 그날도 이렇게 보름달이 크고 밝게 떴었다.



 보름달


너를 처음 만난 날은 금요일이었다. 그날따라 나는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평소처럼 자기 전 따틋한 우유를 한 잔 마시고는 20분 정도의 스트레칭, 11시 전에 취침한다.라는 생활 패턴을 부숴버리고는 늦게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무엇인가 해야 할 일이 있는듯한 기분에 손으로 얼굴을 덮고는 초초하게 마냥 책상에 기대어있었다. 뭐가 빠진 걸까, 전에 '그녀'를 데려올 때 '부속품'의 처리를 제대로 못한 건가? 아니야, 이건 아니다. '활'에 의해 발현한 이 능력을 이용해 처리했으니 절대로 처리가 확실하게 됐을 터이다. 그러면 뭐가 이리 이렇게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인가,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초조함을 떨쳐내고자 일어나 마당으로 나갔다. 시간은 이미 11시가 훌쩍 넘었고 주변의 집들도 이미 불이 꺼진 상태, 사람의 목소리는 물론, TV나 라디오의 소리.. 심지어 곤충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마저 조용하기 그지없어 마치 세상에서 나 하나만이 남아버린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녀'도 사라진 것 같아 무심코 미간을 좁히고는 '그녀'를 놓아둔 곳을 바라보았다. 내가 바라보자 '그녀'는 나는 여기 있어.라며 인간처럼 자신의 모습을 보였다. 사라지지 않았음에 다행이라며 후우, 하고 안도했다.

'그녀'에게 집중했던 신경을 되돌리자 다시 내 몸을 탐하듯 발끝부터 천천히 초조함이 올라왔다. 또인가, 젠장. 욕을 내뱉으며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풀어헤쳤다. 이 복잡한 심정을 어떻게든 하고 싶다 생각하며 다시 한번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까 보았을 때는 신경 쓰지도, 관심도 없었던 어두컴컴한 하늘이 내 세계를 채웠다. 숨이 막힐듯한 검은색 하늘로부터 눈을 돌려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비록 나무들과 구름으로 인해 대부분이 가려졌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환하고, 아름답게 비치는 빛.. 아까까지 보고 있던 그 어두운 하늘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밝게 빛나고 있는 보름달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잠시 동안 그 보름달을 정신없이 눈으로 좇고 있었다.

"조금 더 확실하게 보고 싶은데.."

아무리 자신의 집이 변두리에 있다 해도 달은 자신의 모습을 나무들과 구름에 숨기고는 그저 일부만을 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아쉬워 고민하다 방 안으로 들어가 자동차 키를 집어 들었다. 확실히 이 시간에 자동차를 타고 나간다는 것은 수상하기 짝이 없지만 나에게는 지금 그것을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근처의 바닷가, 그곳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고 나는 그런 본능에 충실했을 뿐이었다.

*

현지인에게도 꽤나 사랑받고 있으며, 노을 질 무렵에 온다면 누구든 감탄하고 갈 이 바닷가는 자신의 집에서 차로 몇 분 거리었다. 차에서 내려 모래사장으로 향했다.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달은 나를 집어삼킬 것 같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았다. 무엇일 홀린 듯 아무런 생각 없이 걸어가 바로 물이 신발에 닿을듯한 곳에서 정신을 차렸다.

".. 읏."

사정 없이 불어오는 차가운 바닷바람에 몸을 움츠렸다. 카디건을 걸쳤다 하지만 비교적 얇은 윗옷을 뚫고서는 온몸을 스쳐가는 바람을 최대한 카디건으로 막고자 앞섬을 여미었다.

"..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 거지,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차로 돌아가고자 몸을 돌리는 순간 시야에 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비춰 보이는 그 모습은 마치 어느 소설이나 만화에 나올법한 밤의 여왕 같았다. 아니, 공주라고 해야 하나, 어찌 됐든 그런 모습이었다. 바람이 부는데도 머리카락은 흩날리지 않았고 옷 또한 그랬다. 마치 방금 바다에서 놀다 나온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 소녀의 보호자 같은 사람은 없었다.. 아니, 이곳에는 나와 소녀밖에 없었다. 귀찮고 눈에 띌만한 사건에는 얽히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발걸음을 떼려고 했지만 어느 사이 나는 소녀의 곁에 다가서고 있었다.

"무슨 일 있는 건가?"

최대한 상냥하게, 이 아이가 경계를 하지 않도록, 그렇다고 해서 너무 친절하지 않게. 적정선 앞에서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가까이서 본 소녀는 내 생각과 같이 온몸이 젖어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기를 머금은 그 모습은 소위 나쁜 사람들이 보면 환장하고 달려올듯한 모습이었다.

"..."

소녀는 에메랄드빛의 눈동자로 나를 한참을 주시하고는 자신의 손목으로 눈을 돌렸다. 당황한 듯 숨을 삼킨 소녀는 다시 나를 보고는 고민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여, 긴.. 어디..인가요..?"

올곧게 나를 직시한 그 눈에 살짝 당황하였지만 바로 포커페이스를 갖추었다.

"모오리초의 해변가다. 보니 아직 어린것 같은데, 보호자는 어디 있는지 알고 있나? 이런 밤까지 밖에 있으면 분명 가족이 슬퍼할 텐데 말이야."

가출한 아이를 타이르듯 조심스럽게 내뱉자 소녀의 눈빛에 어둡고 침울한 빛이 깔렸다. 두려움, 슬픔, 후회, 좌절, 혼란.. 형용할 수 없이 어두운 감정들이 섞인 듯이 보였다.

".. 몰라요."

대답을 회피하며 나와 시선을 맞추지 않는 소녀의 모습에 쯧, 하고 혀를 찼다. 아무래도 귀찮게 될 것 같다.

*

온몸이 젖은 상태로 그런 추운 바다에 그녀를 내버려 둘 수 없기에 나는 그녀에게 자신의 집에 가지 않겠나 제안했다. 거절당하면 어떡하나 싶었지만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똑바로 인지하고 있었는지 순수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없는 해변을 지나 집으로 가면서 그녀의 모습을 곁눈질로 힐끔 쳐다보았다. 그녀는 눈이 죽어있는 듯이 보여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 같기도 했다.

"도착했다, 이쪽으로."

문을 열고 익숙하게 신발을 벗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소녀는 잠시 머뭇거리고는 나를 따라왔다. 내 뒤를 쫓는 게 병아리가 제 어미를 쫓는 것 같아 무심코 웃음이 나올뻔한 것을 참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까 나갔을 때 방문도 닫지 않고 나갔었는지 자신의 방 근처에 도착했었을 때도 달빛이 복도를 비추고 있었다.

"조금 많이 클 테지만.. 일단 이거라도 먼저 입고 있지 않겠나? 많이 찝찝할 테니까."

어색하게 웃으며 그나마 지금 눈에 띄는 것 중 그나마 편한 티셔츠를 건넸다. 눈대중으로 해봐도 티셔츠만 입는다 해도 좀 클듯했다. 그녀는 묵묵히 옷을 받아들이고는 살짝 멀리 떨어졌다. 나는 옷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다른 옷을 찾아줄 테니 지금은 그걸로 참아주게.라고 말하고는 다시 옷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 고맙, 습니다."
".. 아?"

한참 옷장을 뒤지던 중 갑작스러운 그녀의 고맙다는 말에 놀라 시선을 돌렸다.

"..."

오늘따라 감수성이 풍부한 건지, 머리가 아픈 건지 그녀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녀가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였다. 내가 준 티셔츠를 입어 훤히 노출된 팔과 다리가 달빛에 비춰 더욱 희고 곱게 보이는 한편 그 달빛 때문에 아련함이 더해져 마치 지금 사라질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고맙다는 말에 대답도 하지 못하고 나는 한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녀의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듯 보름달이 더욱 환하게 빛나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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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OS 2015. 9. 27. 23:24

3部 - 첫번째

2015. 8. 1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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